[컬럼] “SDN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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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SDN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
  • 박창선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6.07.25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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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을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할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는 SDN의 가치와 혜택에 대한 과장된 표현이 넘친다.

대표적인 것이 비용 절감이다. 범용 장비, 흔히 말하는 ‘깡통’에 오픈 소스 네트워크 플랫폼을 올려 SDN을 구현하는 것이 과연 비용 절감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겪어본 이에 따르면 아직은 아니라고 한다. 

범용 장비와 오픈 소스는 완제품이 아니라 출발점
SDN은 저렴한 하드웨어에 오픈 소스로 구성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상용 네트워크 장비보다 저렴해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비용을 따져 보면 경제성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오픈 소스는 무료다. 그러나 이를 실제 장비에 올리고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웹에 구현 노하우를 소개한 글과 프로젝트마다 잘 정리한 문서를 제공하지만 실제 장비 구현은 ‘글’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고급 인력 투입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어찌어찌 스택을 잘 구성해 하드웨어에 올린다고 끝이 아니다. 하드웨어 성능, 안정성을 위해 최적화를 해야 한다. 이 작업 역시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오픈 소스 네트워크 플랫폼을 범용 하드웨어에 올려 제대로 쓰려면 구현과 최적화에 시간, 인력, 비용이 많이 든다. 

스마일서브의 사실 확인 
최근 SDN의 실체를 공개한 기업이 있다.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스마일서브가 그 주인공이다. 스마일서브는 차세대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 조성을 위해 SDN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일서브는 알려진 바와 같이 범용 스위치의 대명사인 에지코어의 국내 총판이다. 당연히 처음에 에지코어의 범용 장비에 ONIE(Open Network Install Environment)를 올리고 여기에 네트워크 운영체제를 설치해 SDN을 구현하려고 했다.

ONIE를 통해 화이트 박스로 SDN 준비를 마쳐도 오픈 소스 네트워크 운영체제를 올리거나, 상용 플랫폼을 쓸 경우 이래저래 비용이 든다. 총액 측면에서 접근하면 상용 스위치를 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 스마일서브의 판단이었다.

스마일서브는 브로드컴이나 미디어텍 칩셋을 장착한 상용 스위치를 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곧장 행동에 옮겼다. 물론 ONIE의 가능성은 여전히 높게 본다.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 스마일서브의 생각이다. 스마일서브는 브로드컴의 최신 L3 칩을 사용한 플래닛(Planet)의 10G 스위치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SDN을 구현 중이다. 

네트워크 전용 칩 업체의 몸부림 
스마일서브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SDN으로 가는 지름길은 현재 네트워크 전용 칩을 장착한 상용 장비를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범용 장비와 오픈 소스를 기본 전제로 내세우는 SDN의 취지에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발표가 오픈스택 데이 2016에 있었다.

‘OpenNSL로 브로드컴 기반 네트워크 스위치 제어하기’라는 제목의 발표를 보면 전용 칩 개발 업체가 SDN 시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네트워크 칩 전문 업체는 바보가 아니다. 칩 개발에 주력하는 가운데 고객이 SDN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오픈 소스에 적극 참여한다.

브로드컴의 경우 OCP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자사의 칩을 SDN 환경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 기반 하드웨어 추상화 계층인 OpenNSL을 제공한다. 오픈 소스를 늘 염두에 두고 자사가 강점을 갖는 장비 개발 지원과 칩 최적화에 더욱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람 문제로 귀결 
SDN의 이상향을 따라 베어메탈 장비에 오픈 소스로 네트워크 플랫폼 스택을 구축하는 것은 대규모 서비스 사업자가 아닌 이상 아직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비용은 차지하더라도 제대로 할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오픈 소스 진영, 네트워크 칩, 네트워크 장비 전문 기업의 노력에 비춰 볼 때 시장이 눈높이에 맞는 경제성, 사용성, 활용성을 갖춘 솔루션이 생각보다 더 빨리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오픈 소스란 주제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제대로 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SDN도 결국 전문가 집단의 전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성행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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