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표준 준수, 올바르게 가고 있나?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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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표준 준수, 올바르게 가고 있나?③
  • 윤현기 기자
  • 승인 2017.03.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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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자율성 부족 vs 일방적인 관 주도…엇갈리는 목소리

아마존닷컴이 운영하고 있는 알렉사닷컴(www.alexa.com)은 트래픽을 기준으로 전 세계 웹 사이트 순위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2월 기준, 전 세계 웹 사이트 트래픽 1위는 구글이 차지하고 있으며, 유튜브, 페이스북, 바이두, 야후, 위키피디아 등 굵직한 웹 사이트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사실상 이들 사이트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방문하는 글로벌 사이트이자 웹 표준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웹 관련 기술이 구체적인 수치로 평가되고 있지는 않지만, 비표준기술을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느냐를 토대로 기술 격차를 간접 추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방식을 따르면 국내 주요 사이트들은 알렉사닷컴의 상위권에 위치한 글로벌 사이트들에 비해 꽤 큰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약 10배가량 차이가 났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웹 표준 준수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결과 2016년에는 약 3배 차이의 수준까지 좁혀졌다. 그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웹 표준 전환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기술 격차, 10배→3배로 줄여

그동안 정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통해 웹 표준 전환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국내에 정확히 몇 개의 웹 사이트가 존재하는지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도메인 기준으로 중복 사이트 등을 걸러내면 약 120만 개의 웹 사이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120만 개의 웹 사이트 중 주요 200개의 사이트를 선택해 집중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국내 웹 사이트 이용량을 토대로 해당 200개의 사이트가 전체 트래픽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우선적으로 개선시키면 그 효과가 체감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톱-다운(Top-Down) 방식의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웹 표준 전환이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 가능한 부분인 액티브X 걷어내기에 25억 원의 예산이 2015년에 편성됐다. 그리고 2016년에는 23억 원이 편성됐다.

매번 아쉬운 것은 예산이다. 대형 사이트에 공급되는 솔루션은 억 단위가 훌쩍 넘어가는 것들도 많다. 편성된 예산으로 이들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원 사업은 이를 통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또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기에 지속 추진됐다. 그 결과 2014년 기준 국내 100대 웹 사이트에서 검출된 액티브X가 1644개였지만, 2016년에는 7~80%를 감소시킨 성과를 거뒀다.

웹 표준 전환 지원 사업이 액티브X를 걷어내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두고 민·관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굳이 정부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원금을 들여가며 액티브X 걷어내기를 했어야 했냐는 입장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웹 표준 전환을 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기에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 각기 표출된 것이다. 물론 양쪽 모두 웹 표준 전환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은 같다. 그러나 그 방식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우선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들어보자. 한 업계 관계자는 “웹 표준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좀 더 풀이하자면 각 기업별로 처한 환경도 다르고 그에 따라 운영되는 정책도 다른데, 이런 것에 대한 고려가 너무 없었다. 기업에서 웹 표준을 기반으로 할지 기존 방식을 고수할지는 그 기업이 판단해서 할 일이고, 필요하다면 자발적으로 웹 표준화를 진행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즉, 민간의 선택권이 침해당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다.

민간 자율성 부족 vs 일방적인 관 주도…엇갈리는 목소리

이와 더불어 뚜렷한 대안 없이 진행된 액티브X 걷어내기에도 할 말이 많다. 비록 액티브X가 비표준기술이고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진지한 고찰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액티브X를 통해 악성코드가 유포되면서 보안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는 이용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액티브X를 설치하도록 종용한 정부 및 기업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그 대안으로 내놓은 EXE 실행파일 다운로드 방식은 액티브X 설치 방식보다 더 큰 권한을 갖고 있어 위험성도 더 크다. 과연 이렇게 가는 것이 올바른 웹 표준 방향인지 의심스럽다”고 한탄했다.

▲ 액티브X의 대체 방안으로 EXE 실행파일 다운로드 방식이 인정되면서 이용자들의 원성이 다시 한 번 불거졌다.

정부도 나름의 입장은 있다. 한 때는 IT강국으로서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트렌드에 뒤쳐져 쫓아가기 바쁜 입장이 됐다. 특히 액티브X를 비롯한 웹 표준 전환 문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 왔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물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동안 고객의 소리(VOC)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현재와 같은 기형적인 인터넷 환경이 지속됐다고도 보고 있다.

양쪽 모두 일리 있는 의견이지만, 서로간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입장 차이로 볼 수 있다. 이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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