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홀로그래피 현미경 개발로 질병 치료 혁신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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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홀로그래피 현미경 개발로 질병 치료 혁신 이룬다”
  • 윤현기 기자
  • 승인 2017.10.03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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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큐브 홍기현 CEO & 박용근 CTO, 젊은 학생들의 도전 정신 강조

[스타트업스토리] 질병 연구에 있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 세포 관찰이다. 현미경을 이용해 육안으로 관찰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형광 물질 등을 이용해 세포를 염색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작이 가해졌거나 죽은 세포만을 관찰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모큐브는 레이저를 이용한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개발, 인위적인 세포 조작 없이도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까지 접목시켜 질병 치료에서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토모큐브의 홍기현 CEO와 박용근 CTO를 만나 제품을 탄생시키기까지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 토모큐브 홍기현 CEO(왼쪽), 박용근 CTO

지난 2015년 홍기현 CEO와 박용근 CTO가 만나 설립한 토모큐브는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이라는 기존에 없던 광학 장비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창업 1년 반 만에 장비를 세계 시장에 판매하면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2017년 8월 기준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독일 등 전 세계 13개국에 제품이 공급되고 있으며, 연말까지 20개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 추세로는 내년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토모큐브가 예상하고 있는 올해 매출은 7억원. 이 중 상반기에만 약 3억원을 달성했으며, 점차 판매에 가속도가 붙어 내년에는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토모큐브의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세포 관찰에 특화된 제품이다. 기존 현미경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세포 염색 방식이 아니라 레이저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세포는 투명한 입체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조직 샘플을 보더라도 육안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에 좀 더 쉽게 관찰하고자 세포를 염색시켜 그 구조를 파악해왔지만, 이 또한 완벽한 방법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염색이라는 유전적 또는 화학적으로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지기에 순수한 세포를 자세히 확인할 수 없으며, 염색이 잘 되고 못 되고의 차이에 따라 관찰 결과도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세포는 말 그대로 ‘변형된’ 세포일 뿐,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지 못했다.

박용근 CTO는 “토모큐브가 내놓은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세포에 레이저를 투과시키는 방식입니다. 세포 속에서 레이저가 굴절되며 내부 정보를 반영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레이저를 투과시키면 샘플의 3차원화도 가능합니다. 염색 등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지 않고도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시장·인재가 어우러진 결실

토모큐브가 창립 이후 비교적 빠른 시간 내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기술력과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시장, 그리고 각 역할을 담당해줄 수 있는 인재들이 모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기술력 측면에서 보면 토모큐브는 전 세계 시장을 리딩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다.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개발해 출시한 곳이 전 세계에 토모큐브와 스위스에 위치한 업체 딱 두 곳 뿐이다. 높은 광학 기술 수준을 보유한 독일과 일본에서도 아직 해내지 못했다.

세계 최초 호칭을 얻을 수도 있었으나, 해외 업체에게 간발의 차이로 뺏겼다. 그러나 세계 최초 호칭을 얻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는 것이 토모큐브 측의 설명이다. “과연 국내에서 세계 최초가 가능한 것이냐” 또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와 같은 세간의 선입견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해외에서 같은 콘셉트의 제품이 나온 것이 사업적인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시장 가능성도 높다. 현재 전 세계 현미경 연구 분야 시장 규모는 최대 10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를 진단 분야까지 확대시키면 최소 10배에서 20배 가까이 규모가 커진다. 토모큐브는 연구를 넘어 진단 분야까지 바라보고 창업을 했으며,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플랫폼화하고 이를 토대로 얻은 데이터들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인재 구성도 마쳤다. 토모큐브는 기술력 기반의 스타트업인 만큼 R&D 인력이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구성원 모두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관계로만 얽혀있다는 점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선후배, 동료, 가족 등이 모여 시작하곤 하지만, 초기가 지나면 의견 차이로 인해 갈라서는 등 많은 성장통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토모큐브는 철저히 담당 분야별 전문가들로만 구성됐다. 홀로그래피 현미경 개발 원천기술을 보유한 박용근 CTO와 이미 두 번의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졸업 경험을 보유한 홍기현 CEO, 현미경 사업 분야 대기업인 칼 자이스(Carl Zeiss) 출신의 영업·마케팅 담당자 등이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제품 기획은 시장에서

카이스트(KAIST) 물리학과 교수이기도 한 박용근 CTO는 다양한 홀로그래피 광학 기술을 연구하면서, 이를 활용한 현미경을 제작하기로 결심하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대전 지역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 창업을 준비하던 중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던 홍기현 CEO를 만나 의기투합하게 됐다. 홀로그래피 현미경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박용근 CTO와, 광학 장비 개발 업체를 창업해 나스닥 상장사에 사업을 매각했을 정도로 수완이 좋은 홍기현 CEO가 서로의 장점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창업을 준비하면서 9개월 동안 기획 회의를 진행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카이스트 창업원도 토모큐브의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VC들도 합류하면서 사업에 점차 탄력이 붙었다.

홍기현 CEO는 “창업자들이 사업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제한된 정보만을 토대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해했다 하더라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흔합니다”며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시장의 피드백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습니다. 제품 구매자들이 될 수 있는 의사나 연구원들과 많은 인터뷰를 하며 사업 기획을 완성시켜 나갔습니다. 사업의 큰 테마는 바뀌지 않았지만, 세부 계획은 시장의 반응에 따라 바뀌었습니다”고 회상했다.

빅데이터·인공지능 결합해 질병 진단 혁신 노려

토모큐브는 홀로그래피 현미경이 단순히 세포 관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질병 진단 및 치료에까지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는 연구자들을 지원하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진단 기법이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토모큐브의 바람은 이뤄져가고 있다. 홀로그래피 현미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와 딥 러닝 기술을 적용해 최소 하루 이상 걸리던 박테리아 종의 구별도 단시간 내 가능해졌으며, 탄저균과 같은 질병들도 단 몇 초 만에 확인이 가능해졌다. 빠른 질병 확인은 그만큼 빠른 치료로 이어질 수 있어 중요하다. 관련 연구 내용을 Science Advances지와 같은 저명한 해외 학술지에서는 해당 사실이 논문으로 발표됐으며, Newsweek와 같은 언론에서도 집중 기사로 소개된 바도 있다.

향후 더욱 다양한 데이터가 쌓이면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결합시켜 기존에 진단하지 못했던 질병들도 진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점차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사람이 육안으로 일일이 현미경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홀로그래피를 통해 세포 정보를 자동으로 확인하고, 이를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결합시켜 진단하고 치료까지 이뤄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창업하기 좋은 시기…도전해보라

현재 토모큐브가 전문 인력들로 구성돼 성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인재들을 모으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대전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경기 지역처럼 많은 인재풀이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특히 핵심 엔지니어들은 관련 업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들을 보유한 고급 인력들로만 구성돼 있고, 젊은 인력들을 충원하려 해도 쉽지 않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무원이나 교수 등 안정적인 직업만 추구하는 경향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박용근 CTO는 “학생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리스크만 높고 얻는 것이 없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제가 해보니 새로운 비즈니스를 열어가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한다는 만족감을 주는 과정입니다”라며 “과거와 달리 요즘은 창업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정부 지원 등도 확대되고 있으며, 각 분야별 특화 VC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젊은 학생들도 나서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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