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휴식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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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휴식처입니다”
  • 승인 200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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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왜’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반면 대답은 항상 수월하지만은 않다. 결과에 대한 원인을 묻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느낌이나 추상적인 감정을 물을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루슨트의 신상근 이사 역시 산(山)을 ‘왜’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건 그가 진정 산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권혁범 기자>

설악산은 루슨트 무선통신시스템사업부의 신상근 이사에게 의미가 남다른 산이다. 처음 산을 오르는 ‘맛’을 느끼게 해 준 산이자, 아직도 그에게 새로운 ‘맛’을 전해주는 산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르기는 했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뜻이었을 뿐 그에게는 그저 사찰을 둘러보는 것 이상의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그런 그에게 86년 처음 올랐던 설악산은 특별한 ‘무엇’이었다.

신 이사는 “당시만 해도 산을 자주 가기는 했지만, 그건 그저 오르기 위한 산이었다. 하지만 설악산 백담사 계곡을 지나면서 산은 올라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호기심이라는 것도 생겼고, 등산의 맛도 알게 됐다. 그냥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친근하게 다가와 버린 것이다. 지금은 새 길이 개발되면서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1년에 한 두 번은 반드시 넘는다”라고 말했다.

설악산이 그에게 등산의 입문서였다면, 그의 본격적인 등산기를 수놓는 산은 바로 경기 가평군 북면과 하면을 경계로 솟아있는 명지산이다. 1년에 12번 이상 다닐 정도로 그는 이 산을 좋아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을, 가을에는 수 십 년 묵은 고목,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루는 단풍을, 겨울에는 온통 하얗게 수놓는 눈꽃을 벗삼아 해마다 명지산을 찾아간다. 달전리에서 들어가는 용추 폭포 근처 계곡이나 칼봉산 계곡, 그리고 익근리 계곡이나 장재울 계곡은 그가 추천하는 필수 코스다.

자연에 대한 지식은 ‘약초꾼’ 수준

산을 좋아하다 보니 신 이사의 자연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문가 수준에 이른다. 그는 몸으로 체득한 지형이나 나무, 식물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흙이 어떻게 다르고, 지형마다 주로 어떠한 식물이 자라는 지에 대해서까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그의 엄청난 호기심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면 그만이지만, 예전까지만 해도 식물도감을 일일이 뒤져야만 했다.

그는 “산에 가서 이상한 것을 보고 나면 그게 무엇인지 식물도감을 꼭 뒤져보곤 했다. 그 덕분에 지금은 회사를 그만 두면 약초꾼을 할 정도의 지식은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다. 다행히도 내겐 산약초 연구회라는 모임에 있는 친구들이 있어 그들로부터 많은 지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고 싶은 산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묘향산을 가장 가고 싶은 산으로 꼽았다. 그 이유를 묻는 말에 그는 어느 책의 한 귀절을 인용했다.

“우리 나라와 동남아에 있는 많은 산을 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묘향산이다. 계곡으로 따지면 살악산, 웅장하기로는 지리산, 기암괴석은 금강산이 제일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오밀조밀하기로는 묘향산만한 게 없다.” (www.data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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