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49)] 이너서클: 기업에도 정치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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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49)] 이너서클: 기업에도 정치인은 있다
  • 데이터넷
  • 승인 2023.0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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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국가가 잘되려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가 먼저 잘돼야 한다고 믿는다. 정치는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을 뿐 아니라 많은 정부 자금을 투입해 시장 생태계를 만들 수도 있고 기업 영역에서 하기 어려운 장기 개발 등 경제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가 잘돼야 기업이 살아나고 경제가 발전하며 소상공인의 사업 기회가 늘며 국민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만큼 정치는 모든 영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분야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존경받는 정치인을 찾기 힘든 세태라 걱정이 앞선다.

이번 글에서는 자신의 위상이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동료나 조직에 해를 끼치는 기업내의 정치인에 대해 수다 한판 벌여 보고자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느정도 간부의 위치에 오르고 나면 조직 내의 역할과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논리적이 아닌 어떤 힘이 작용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윤핵관’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며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 내의 힘을 말하는 듯한데 요즘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려 애쓰는 모습을 보기도 하며 젊은 세대들은 이들을 ‘핵인싸’ 또는 ‘핵아싸’라 부른다.

조직에서 필자의 직위가 올라가고 부서를 대표하게 되고 의사결정이 복잡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자 판단이나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며 스트레스를 받고, 조직에 실망하고 자연스럽게 불평불만이 늘면서 점점 조직에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을 느끼게 된 시절이 있었다.

조직 내의 어떤 힘이 학연, 지연, 과거 직장 또는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견제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것을 이해해야 했다. 기업에도 엄연히 정치적인 인물들이 있고 그들이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점을 알아야만 했었다.

필자는 글로벌 기업에 다니면서 조직의 권력을 쥐고 있는 핵심층이자 중추세력인 이너서클(Inner Circle)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큰 낭패를 볼 뻔 한적이 있었다. 필자는 이들을 조직내 정치꾼이라 부르고 싶다.

40년 넘는 직장 생활 속에서 수많은 상황을 겪었다. 그야말로 희로애락을 다겪었지만 이너서클에 대한 무지로 받은 상처는 너무 컸고, 더 성장하고 성숙해져야 하는 이유를 뼈저리게 느꼈다.

필자가 글로벌 기업에 다니던 초기에는 본사에서 파견한 외국 임원들이 많은 시절이었는데 부임 초기에는 그들도 한국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승진과 성장을 한 후 본국에 돌아가 더 큰 일을 하려는 동기부여가 되면서 열심히 일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한국 문화에 익숙해지고 그들이 갖고 있는 권리로 안전지대에 앉아 즐기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반전돼 왜곡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필자는 그 시절 싸움닭 기질 때문에 타협보다는 논쟁이 더 많았고 직원의 승진이나 평가 등에서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면 직설적인 피드백을 하곤 했다. 그것이 독이 돼 외국인 임원진에게는 공공의 적이 돼 있었고, 한 직원의 모함으로 인해 본사 FBI 출신의 감사까지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잘못이 없기에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필자에게는 큰 충격이자 직장생활 전반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조직 내의 이너서클이 존재하고 그 속에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잘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직내 정치꾼 즉 이너서클 멤버들은 능력이 뛰어나고 언변이 좋아 사람을 흡인하는 기술은 물론 피아 구별이 확실한 부류로 이들 없이는 조직이 잘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유능한 리더라면 조직의 특성과 구성원들의 생각까지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조직 내의 정치꾼들에게 끌려 다녀서는 안 되며 그들의 능력을 조화롭게 쓸 줄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만 정치를 하는게 아니다. 기업 내에도 정치꾼들이 있고 이들의 능력을 과소 평가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주변을 잘 살펴보면 필자가 얘기하는 정치꾼들이 보일 것이다. 정치꾼이 안 보이는 리더라면 눈치나 관심이 없거나 그도 아니면 바로 본인이 정치꾼 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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