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하이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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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하이텔 사장
  • 승인 1999.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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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하이텔은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를 뒀다. 최대 라이벌인 데이콤에서 인터넷 사업을 책임지고 있던 김일환 이사를 공채형식을 통해 사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국내 온라인 서비스 시장이라는 바둑판에서 데이콤이라는 대마를 잡기 위한 회심의 한 수였다.
그 이후 데이콤은 LG그룹에 인수과정을 거치면서 직원 이탈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반면, 하이텔은 최근 240억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고 조직개편 등을 단행하면서 올해 11월에 예정돼 있는 코스닥 상장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하이텔 변신을 주도한 김일환 하이텔 사장은 무척 바쁘게 지냈다. 덩치만 크고 비효율적이라는 비난을 듣던 하이텔을 산뜻하게 바꾸는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는 시점을 맞아 인터뷰 요청을 했다.
『하이텔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고객 만족을 위한 작업이었다. 접속 포트를 1만 3천포트를 늘려 총 4만 5000포트를 확보했고, 고객센터도 250석 규모로 늘렸다. 현재 시스템도 증설하고 있고, 시스템 개선 작업도 진행되고 있어 더욱 빠른 서비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 사장이 가장 먼저 신경 쓴 곳은 회사의 인상을 결정짓는 고객 응대 부분이다. 사용자들이 쉽고 빠르게 접속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고객센터를 강화한 것이다. 또 백 오피스에서 가동되는 시스템의 개선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가 하이텔 사장으로 있지만 하이텔처럼 쓰기 힘든 통신서비스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김일환 사장은 하이텔에 대해 철저한 비판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이텔 조직, 하이텔 서비스, 하이텔 비전 등등에 대해 제 3자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비판하고 심사숙고 했다. 그 결과가 「인터넷, 온라인 시장 선두 확보를 위한 하이텔 발전 계획」이라는 마스터 플랜이다.

이 계획은 천리안에 이어 PC통신 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하이텔을 1위로 도약시키기 위한 제2창업의 비전을 담고 있다. 현재 온라인 서비스만을 하고 있는 하이텔을 앞으로는 하이텔과 인터넷, 그리고 EC를 통합한 온라인 포탈 서비스로 무장시켜 2002년 경에는 매출 6,000억, 기업가치 2조원의 국내 제 1위 인터넷 사업자로 올려 놓는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텔과 천리안과 같은 온라인서비스 업체들만이 경쟁자가 아니다. 신문사나 방송사와 같은 CP업체,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 업체, 야후나 한메일 등의 토털지향 서비스와도 인터넷 및 온라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21C하이텔 발전계획은 인터넷통합 비지니스를 추진하고 전략제휴를 통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일환 사장은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99년에 390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20002년까지 매해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자금확보를 위해 지난 달 신주발행을 통해 75억원 증자를 마쳤으며, 이달 중에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선진 인터넷 관련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분참여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력과 자본력을 확보한다는 전략도 밝혔다.
김 사장은 『현재 하이텔이 다른 곳보다 투자여력이 좋다. 증자와 코스닥 상장 등으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일환 사장이 취임한지 불과 3개월 만에 하이텔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텔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아직도 많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쉽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김 사장이 이야기 했듯이 경쟁상대가 너무 많고 그들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하이텔이 선두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갖고 있던 공사체질을 벤처기업의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 조직을 슬림화해 결재단계도 줄였고, 직접 직원들과 만나는 시간도 늘렸다. 그래서 요즘 내 별명이 ‘걸어다니는 결재’이 됐다. 사장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기보다는 직접 사무실로 내려가 직원들과 만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곧바로 추진하기 때문에 얻어진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91년 한국통신과 케텔이 주축이 돼 설립된 하이텔은 공공DB 구축과 하이텔 단말기 무료 보급, 종량제이던 통신요금을 정액제로 바꿔 통신인구를 늘리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조직이 크고 대응속도가 느려 사용자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서비스가 시작된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여전히 VT100 모드의 텍스트 기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용자들은 하이텔을 떠나지 못한다.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동호회가 하이텔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포탈 사이트들이 채팅과 동호회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온라인서비스를 위협하고 있지만 폐쇄서비스의 장점은 있다. 바로 소속감이다. 3년 전에 온라인서비스의 위기를 예측한 리포트를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온라인서비스 업체의 매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AOL 의 사례를 온라인서비스의 성공적인 사례로 들었다. 『AOL은 온라인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의 경계를 우수한 기술로 커버해 사용자들이 AOL을 쓰고 있는지 인터넷을 쓰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만들었다. 쉽고 강력한 전용 에뮬레이터와 공격적인 마케팅, 그리고 철저한 고개지원이 AOL을 부동의 1위 자리로 만든 것이다. 현재 하이텔도 전용 에뮬레이터 개발작업을 하고 있다. 『H2K』라는 프로젝트명로 진행중인 이 개발작업에는 20명의 전문 인력과 50억의 개발비가 투입돼 2000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의 계약을 통해 기술 제휴 업체도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Hitel 2000 에뮬레이터는 TCP/IP 기반에서 작동하며, EC를 위한 에이전트 기능과 경매 기능 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하이텔 전용 에뮬레이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전문적인 테스트 기관에 프로그램 안정성 테스트를 맡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인터뷰 내내 하이텔99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으니 하이텔2000은 어느 정도 기대가 된다.

처음 1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했던 인터뷰 시간은 김일환 사장이 열정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1시간 이상을 초과해 진행됐다. 데이콤에서 초기 국내 PC통신 서비스를 시작해 천리안, EC인터넷사업부 등 지금까지 국내 온라인서비스 시장의 한가운데 있던 김일환 사장은 하이텔의 비전과 함께 그간의 여러 에피소드와 정보통신 업계의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초과된 것이다. 그만큼 그는 치열한 경쟁에서 하이텔을 1위의 자리로 올리기 위한 열정에 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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