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69)] 중소/중견 기업과 중간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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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교 교수의 수다한판 (69)] 중소/중견 기업과 중간 간부
  • 데이터넷
  • 승인 2023.10.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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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넷] 대학에서 중소/중견 기업 취업에 관해 학생들과 얘기할 때 관심사는 어떤 기업으로 가야하는지, 어떤 기업이 좋은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필자의 답은 언제나 중소/중견 기업은 오너 즉 리더의 그릇이나 인성을 보고 선택하라였다. 중소/중견 기업은 리더가 곧 기업 자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중소/중견 기업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논해 보자. 필자는 공군 장교로 근무하며 계급이 주는 지위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경험했고, 국내 대기업에서는 팔로어(Follower)로 선배들에게 배웠다.

승진해서 팀을 이끄는 위치에서는 실적에 대한 압박을 넘어 회사는 물론 팀원 각자의 다른 목표와 가치관을 잘 조화시켜 최대의 실적을 내야 하는 일이 팔로어 시절보다 훨씬 힘들었던 리더십을 경험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 이후에는 관계위주의 대기업 문화가 아닌 개인적이며, 이성적이고, 이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업 문화에서 목표와 보상 중심의 실행이 강조되는 즉, 성과로 모든 것을 말하게 하는 리더십을 경험하며 당황해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근무 시절에는 주로 정부 예산 집행이 주임무이기에 늘 상급부처에 비굴할 만큼 저자세가 돼야 했고, 서비스를 해야 하는 고객에게는 봉사가 아닌 베푸는 듯한 자세로 일하는 조직 문화 타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정직이 최우선이고 서비스 마인드로 지원하는 것을 조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업무를 수행하도록 조직원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중소/중견 기업은 전략적이기 보다 실행에 충실해야 하고, 유연하고 민첩한 문화를 갖추도록 해야 하며 의사결정 역시 빠르게 내릴 필요가 있다.

특히 조직 규모가 작기에 리더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서 역량이 분명하게 나타나므로 좋은 리더를 더욱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자신을 포함해 리더들의 능력 개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실적만 기대하는 중소/중견 기업 오너들의 모순을 보기도 했다.

중소/중견 기업에서 리더는 다재다능해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필요한 전략적이고 통찰력 있는 리더십보다는 더 많은 직접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문제를 직접 다뤄야 하며 정확한 업무 분장이 안 된 경우도 있어 다양한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중간 간부의 경우에는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이해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자신의 이해를 기반으로 사견을 가미하다 보면 조직의 방향과는 사뭇 다르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하고, 정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팀원들을 같은 방향으로 이끌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소/중견 기업의 리더는 충분한 자원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리더십 개발 관련 교육 기회도 부족해 자기개발에 특히 유념해 발전시켜 나가지 못하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위험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부재해 작은 일로도 큰 위기를 맞는 경우도 보았다.

중간 간부라면 팀원들과 경영진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유지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며 구성원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활발히 촉진해야 한다. 부하를 핑계삼아 자신의 의견이나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상위 리더들은 경험상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차라리 정직하게 피력하는 것이 오해를 불러오지 않으리라 믿는다. 특히 도덕적으로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행동해 부하들에게 모범이 되는 롤 모델이 돼야 한다.

이처럼 중소/중견 기업의 중간 간부도 매우 어려운 자리로, 힘들 때 의논할 수 있는 멘토를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는 지금도 선배들과 교류하며 조언을 받는 시간을 갖곤 한다. 물론 후배들과도 교류하며 그들의 애로사항을 함께 고민하고 조언도 한다.

꼰대의 조언이라 생각하지 않는지 자주 찾아 주는 후배들이 있어 행복하게 대화하고 있다. 이 시간이 필자가 가장 보람 있게 여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이 칼럼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찾아간 멘토가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화하는 중간에 자신이 스스로 답을 찾는 경우가 훨씬 많음을 알려주고 싶다.

중소/중견 기업에 필요한 리더는 대기업이나 공공조직의 리더가 갖춰야 하는 역량과는 사뭇 다르다.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어려울 때 멘토를 찾아 물어보고, 수다를 떨며, 배우고 변해서 주어진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식을 선택해 또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을 발휘해보라고 강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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